MBA를 마치고 경영컨설턴트로써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2012년 겨울이었다. MBA 동기가스타트업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고, 몇 일 고민 끝에 창업을 해보기로 결심하였다. 동기가 제안한 사업 아이템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였고 함께 힘을 합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창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번에는MBA와 창업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MBA를 통해 얻은 직간접적인 배움은 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였고, 현장에서 그 한계를 느끼게 되기도 하였다.

사업계획서를 만들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울 때 경영전략에서 공부한 프로세스와 프레임웍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였다.큰 틀에서의 전략을 세우더라도 그때 그때 발생하는 이슈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은 경영학 이론이 아닌 우리 경영진 몫이었다.그야말로 우리의 직관이나 당시의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다.

당장 매월 나가는 비용을 관리하고 매출을 정리하는 경리 업무도 해야 했다. 부가세를 신고하고 직원들 급여를 각 항목에 맞게 계산하여 지급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이런 것들은MBA에서 배우지 않는다.다만 나중에 우리 회사의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가 나오게 되었을 때 그것을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던 것은MBA에서 회계를 세 과목 정도 공부한 덕분이다. 재무제표를 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점에서 개선을 해야 하는지 등도 뽑아낼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의 투자를 위해IR 자료를 만들 때나VC에게 보여줄 벨류에이션자료를 만들 때에도MBA에서 배운 재무관리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초기 기업이다 보니 벨류에이션을 하기 위한 백데이터가 부족해서 약식으로 했지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론과 공식을 공부하였기 때문에 책을 뒤져서 어느 정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MBA에서 배운 마케팅이 도움이 된 분야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소비자행동론 관점에서 우리의 고객을 분석하는 것 등이었다.당시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라인 마케팅이었는데 MBA에서는 온라인 마케팅을 마케팅의 작은 일부로 배웠기 때문에 맨 땅에 해당하는 마음가짐으로 온라인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였다. 지금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다른 스타트업의 홍보/마케팅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하나도 몰랐다.

사람을 채용하고 연봉을 결정하고 부서를 배치하는 등의 HRM,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커리어를 개발시켜 주는HRD 관련해서는MBA 졸업 후HR 컨설팅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

MBA를 가려는 목적이 창업을 목표로 경영학 지식을 배우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라면 굳이 MBA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MBA를 하고 창업을 하는 것은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한 옷차림과 배낭을 메고 밀림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그만큼 필드가 다르고 필요한 능력과 경험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만약 본인의 성향이 직장 생활보다 나의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인데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MBA에 가서 경영학 공부도 하고 본인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MBA에 와서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서 학기 중에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서 나중에 그것을 실현하기도 한다. 혹은 나처럼 MBA 마치고는 다른 일을 하다가 창업을 할 수도 있다.

창업에 있어MBA는 지식 습득의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기회 제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